2002년 5월 21일 서귀포에서 영국(英國)과 우리 팀의 월드컵 평가전(評價戰)이 열려 영국과 잉글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그들이 가지고온 깃발이 전통적인 유니온잭이 아니고 잉글랜드 고유의 세인트 조지의 깃발임을 느꼈던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았다고 생각된다.
본인은 l999년 영국 옥스퍼드지역(RIBI 1090지구)의 GSE 단장(團長)으로 10군데 로터리클럽을 방문하고 30일간의 GSE 교환사업을 마치고 돌아왔다. 참으로 값진 경험을 하고 많은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
이를 통해서 우리들은 영국과 영국사람들을 새롭게 인식하게되었다. 여기에서 그때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이 느낀 영국사람들의 생활자세와 철학을 체계를 갖추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1) 영국사람이란 어떤 사람인가
Anglo-Saxon족이 주축을 이루고 여기에 Viking족, Denmark족(Dannish) 그리고 불란서와 Spain의 영향을 받은 혼혈민족(混血民族)이다. 우리가 통상 영국이라고 하면 잉글랜드와 웨일즈, 스코틀랜드를 합친 Island of Great Britain을 말하며, 여기에 북아일랜드를 합치면 United Kingdom이 된다. 잉글랜드는 대부분 Anglo-Saxon인 반면, 웨일즈, 스코틀랜드는 켈트족이 주축이 된다.
2) 영국의 성쇠(盛衰)
18∼9세기는 영국의 시대(Pax Britanica) 로 Great Britain, British Empire and commonwealth 그리고 United Kingdom으로 변천했다. 인구는 5,720만이며 국토는 우리나라보다 아일랜드 하나만큼 크다(24만4,110㎢).
1980년대에 영국인에게 영국의 면적과 인구를 물어보면 5,600만 에이커(acre)에 5,600만 명이 살고있다고 대답했다. 면적으로는 우리나라 보다 약간 큰 정도이나 웨일즈, 스코틀랜드를 제외하고는 평지 또는 야트막한 구릉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실제 이용 가능한 국토 면적은 우리나라 보다 훨씬 넓다.
3) Protestant ethics로 무장한 근검저축의 생활이 몸에 배어 있다.
영국사람들은 약간의 차는 있겠지만 일명 왕소금들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거의 stick shift(연료절약을 위함)이고 에어컨(aircon)이 없고 그것을 가지고 있음을 자랑한다. 또한 옷은 단벌이고 조화 있게 입는 것을 강조한다. 우리같이 사계절 따라 옷을 갈아입는 것을 강조 안 한다. 그럼에도 다른 면에서는 전통과 멋을 존중함으로서 집에서 쓰는 그릇 등은 진짜 bone china를, 가구는 대대로 내려오는 antique(고가구) 등을 쓰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어느 교수 댁에 초대를 받아 간 적이 있다. 집은 상당히 큰 편이었는데 식탁에 앉으려고 보니까 의자들이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고 모두 주워 모은 것이었으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까 시간이 꽤 되어 상대방의 얼굴이 잘 안보일 정도 되니까 방의 불을 켜는 것이었다. 주워 모은 듯한 가구는 실은 몇 백년이 된 고가구-안티크라는 설명을 듣고 머리가 숙여졌다.
4) 낡은 것을 보호 및 유지하는 실용주의의 선수이다.
예를 들어 집은 보통 100년∼500년 되는 낡은 집에 살고 있다. 주로 단층집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오래된 벽을 보호하기 위해서 Tierod pin을 사용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집의 종류도 다양하다. Detached(독립가구), Semi-detached(2세대가 한쪽 벽을 공유하는 주택), Cottage(집과 정원을 갖춘 집), Barn(농가를 고쳐서 만든 집), Terrace(여러 세대의 연립가옥), Flat(우리의 아파트)등 다양하다. 부유한 계층은 detached와 semi-detached house에 주로 살고 있으며, 전원지역에서는 cottage나 barn에 사는 것을 자랑으로 생각한다.
5) 애국심과 나라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다.
① 한국을 방문한 영국 GSE팀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 본인이 안내를 맡아 느낀 일인데, 다른 곳보다 먼저 파주에 있는 영국군 전적지(戰績地)를 방문할 것을 요구하여 그곳을 방문하는 것을 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
② 우리 한국 GSE팀이 영국의 전쟁박물관을 방문하였는데 영국사람들의 전쟁과 안보에 대한 책임감이 유달리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영국은 19∼20세기에 외국과 무수한 전쟁을 치렀는데, 영국인들은 이들 전쟁을 징병(徵兵)이 아닌 자원(自願)병으로 싸워 이겼다고 자랑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마을중심에 자리잡은 성당이나 교회 혹은 박물관에는 각 전쟁별로 국가를 위해 싸우다 죽은 그 고장출신 장병들의 명패를 각인하고 이들의 영웅적이며 호국적인 업적을 기리고 있다. 외국인으로서 그저 머리가 숙여질 따름이다. 영국에는 국립묘지가 없고 무명용사묘지만이 국립묘지이다. 유명한 윈스턴 처칠도 그가 다니던 Blandon지방의 교회(St. Martin)의 뒤뜰에 쓸쓸하게 묻혀있는 것을 직접 GSE 단원들과 같이 가보고 참으로 큰 감명을 받았다.
6) 매우 보수적인 국민이다.
영국은 오래 동안 계급사회를 경험하였기 때문에 그들의 사고가 매우 보수적이다. 예를 들어 사람의 평가기준이 가문, 부모, 학벌 특히 출신고등학교 등을 중시한다. 그러나 과거와는 달리 영국사회에서 가문이나 학벌의 중요성은 크게 줄어들어 이들 요인이 정치입문이나 직업선택 등에서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고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John Major가 보수당(保守黨) 당수로 총리직을 수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 만큼 영국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7) 영국 왕실에 대한 충성심과 자부심은 대단하다.
두 가지 예를 들어 이들의 충성심을 알아볼까 한다.
① 유럽연합(EU) 가입과 유로화의 사용을 반대하는 이유가 좋은 설명이 되겠다. 영국 돈에서 여왕의 모습을 못 보게되는 일은 영국사람은 바라지 않는다. 이외에도 영국민이 EU에 반대하는 이유는 영국경제 사회정책이 런던이 아닌 독일과 프랑스에 의해 결정되는 것에 대한 반감과 유럽 내 저소득층이 영국사회로 몰려들 가능성에 대한 우려 등도 다른 설명이 될 수 있다.
② 영국의 유명한 병원 등에 아직도 세상 떠난 Diana와 Duchess of York(이 두 사람은 이혼녀이다)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토록 영국왕실은 영국사람들의 마음의 핵심으로 존재하고 있다. 지난 10∼20년 간 Charles 황태자 등 왕족의 이혼, 외도 등에 염증을 느낀 영국민들 가운데서 왕실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는 있으나 아직 영국민들에게 왕실은 단결의 구심점이 되고 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엘리자베스 여왕의 모친상이 Westminister 교회에서 엄숙하게 거행됨을 보고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8) 지방색이 강하나 그것의 통합으로 이룩된 나라
영국도 역사가 긴 나라로 지방색이 매우 강함을 알 수 있다.
① 지방맥주가 많고 특성있게 장려되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② 영국 국기에 대한 설명. Union Jack은 세 지역을 통합하여 만든 산물이다. 즉 스코틀랜드(St. Andrews), 아일랜드(St. Patricks), 잉글랜드( St. George)의 통합으로 이룩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역간 갈등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영국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 같다. 잉글랜드 중부이하는 전통적으로 보수당의 텃밭이지만 심지어 지팡이도 보수당으로 출마하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9) 선진국으로서의 국민교육이 잘되어 있다.
역사와 전통 그리고 각종 제도에 대해 철저한 지식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를 안내해준 영국의 로타리안들이 여러 왕과 여왕에 대한 배경과 자세한 에피소드 등을 잘 알고 있는데 놀랐다. 한마디로 상식이 풍부함에 놀랐다.
10) 영국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는 매우 높다.
영국에서의 여성의 사회진출이 눈부시다. 여왕, 여자수상 등이 오래 전부터 나오고 경제계, 언론계 등에서도 여성전문가의 진출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영국이 크게 융성한 시대의 왕이 엘리자베스 1세 여왕과 빅토리아 여왕이라는 사실은 흥미 있는 사실이다.
11) 세계화를 위한 준비를 잘 갖추고 있다.
영국사람들은 중산층(中産層)이 매우 건전하고 그들이 세계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상식이 풍부하고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고 사회의 안전에 기여한다. 영국은 미국처럼 이민족으로 구성되어 있는 나라는 아니지만 18∼19세기에 전 세계로 세력을 확대해 나가면서 각 국의 문물에 접하게 되었고 많은 식민지를 경영한 후에는 역으로 이들 식민지 국민과 문화가 영국사회에 흘러 들어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높은 국제화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로 도심인구의 5∼60%가 외국인 출생인들로 구성된 대도시도 있다.
⊙ 영국 중산층의 요건
① 자기 집에 고유한 음식이 있는지.
② 가족이 2개 국어를 할 수 있는지.
③ 남의 의견을 들어주는 아량과 태도가 있는지.
④ 다른 집의 아이들의 잘못을 타일을 줄 아는 용기가 있는지.
⑤ 취미생활을 갖고 있는지.
⑥ 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⑦ 유행을 따르지 않는 성품-자기 자신의 스타일을 가질 수 있는지 등으로 중산층이 중심이 되어 영국사회를 떠받들고 있다.
12) 놀라운 행정력이 있는 나라.
옛날 영화 "애수"에서 보았던 Waterloo다리 위의 그 유명한 London Fog(런던의 연무)은 정부의 노력으로 해결되었고 Thames강을 물고기가 넘실대는 강으로 완전 정화했다는 것을 영국사람들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우리가 보통 영국하면 green green grass of home을 연상할 정도로 전국에 널려있는 초지(草地)가 유명한데 영국정부는 20세기 초를 전후하여 약 50년에 걸쳐 초지 조성사업을 장기적으로 시행하였는데 그의 증거를 우리가 확실하게 보고 왔다.
13) WASP의 전통을 자랑하는 나라.
Mayflower호가 1620년(383년 전) Plymouth의 Barbican항을 떠나 미국대륙에 가서(프리므스항) 강력한 새 나라를 건국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즉 미국의 핵심세력은 WASP로 표현된다 즉 백인(white)이고, Anglo Saxon족이고 신교도(protestant)가 그동안 미국을 이끌어온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영국은 미국과의 형제관계임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Drake 선장이 스페인함대를 무찌르고 영국을 해양대국으로 발전하는데 전기를 제공한 곳도 바로 이 프리므스항이다.
14) 정종(政宗)분리 문제
영국은 이론상으로는 정종(政宗)이 분리된 나라로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영국교(聖公會)가 국교(國敎)이고 정종(政宗)이 분리 안된 나라이다. 시(市)로 승격이 될 때에도 그 시에 얼마나 큰 교회당이 있느냐가 인구수와 아울러 중요 기준이 된다. 또한 감리교(監理敎)와 장로교(長老敎)가 모두 영국에서 출발한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일이다.
통계상으로 보면 영국민 중 85%이상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으나 정기적으로 성당이나 교회에 나가는 인구는 15%가 채 안 된다고 한다. 고색 창연한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드릴 때 반 이상의 좌석이 비어있는 경우가 흔하다. 이 현상은 한국교회와는 큰 대조를 이룬다.
위에서 설명한대로 영국은 나라도 적고 인구도 별로 많지 않은 나라이지만 Pax Britanica로 세계를 지배했고 영미식 자유민주제의 본보기를 우리에게 보여주는 데에는 확실히 그들 나름대로의 독특한 생활철학과 자유민주주의적 생활의 자세 그리고 난국을 헤쳐나가는데 진지한 자세가 있어서 가능하였다고 볼 수 있겠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너무도 많다.
* 劉 鍾 海 (법대8, 연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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